백인 노예
노예라고하면 당연히 흑인 노예들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이 많으시겠죠.
현대 소비되는 많은 미디어에 등장하는 노예들의 모습도 대부분 흑인이죠. 흑인들이 노예 생활을 했던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아직도 인종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니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길고 긴 인류의 역사에 백인 노예가 없었을 리가 없죠. 단순히 어느 지역 어느 문학관에나 노예는 존재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백인 노예도 있었다. 정도가 아니라 그들을 다른 유형의 노예로 구분해서 거래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백인노예와 흑인 노예가 동시에 존재했었고 그들을 같은 카테고리에 다른 상품으로서 취급했다는 얘기죠.
백인노예의 기원은 고대 로마와 오스만제국의 백인노예들, 그리고 그리스의 슬라브 계열 노예들 등 다양합니다.
이러한 거대 제국들이 주변 지역을 폭넓게 정복해 나가면서 그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들을 노예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오스만 제국의 경우에는 노예무역을 통해 국가재정의 많은 부분을 충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이들의 역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예와는 많이 달랐다고 알려져 있죠.
신분상으로는 노예이긴 하지만 워낙 광범위한 지역을 정복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노예로 데려왔기 때문에 다양한 능력자들이 섞여 있었겠죠..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능력을 썩히지 않고 활용하는 방향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백인 노예는 이들을 기원으로 해서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역할과 지위도 계속해서 변화했죠.
중세 유럽에서는 봉건제의 공식적인 신분 중 하나로서 같은 백인이지만 계약에 의한 기간제 하인 생활을 하거나 임금 없이 노동하는 계층으로서 존재했죠. 농노, 오막살이농, 천민 노예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들 중 일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소장농의 개념인 사람들도 있었고 일부는 외거노비 혹은 솔거노비와 같은 노비의 개념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때 백인 노예들은 주로 유럽 지역 내 세력다툼에 의해 노예가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국가간의 전쟁으로 인해 포로가 되어 노예가 되거나 혹은 영주들끼리의 싸움에서 노예가 되는 등 다양했죠.
당시의 세태를 고려하자면 그런 갈등이 굉장히 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많은 노예들이 생겨났겠죠.
그래서 고대에 비해 노예 지위가 다양해지고 일부는 기존의 노예들보다 나은 지위를 갖게 되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백인 노예들이 하는 일도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단순히 농사일의 동원되고 일상생활에서 노예로 일하는 사람들 외에도 특수한 업무에 투입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일종의 전문성이라고 하면 전문성이겠죠. 갤리선의 노예 노잡이들이나 바이킹에 잡무를 담당했던 백인 노예들이 그 예죠.
그리스 로마뿐만 아니라 이집트와 페르시아 등지와 바이킹들 역시도 배를 움직이기 위해 또 배 위에서의 많은 일들을 맡기기 위해 이들을 노예로 부렸습니다. 유럽에서 노예로 잡힌 사람들은 주로 서아시아나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노예로 거래되었고 이들이 이집트나 페르시아로까지 흘러들어간 것이죠. 유럽과 그 주변 지역의 뱃사람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비교적 가까운 문화권 출신이고 언어도 어느 정도는 통했을 것이기 때문에 노예로 부리기 좋았겠죠.
물론 배를 타거나 노를 젓는 일은 여간 중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을 주로 하는 전문 노예로 발탁되었다고 해서 당사자들이 좋아했을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백인노예의 다른 유형으로는 어린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무슬림 정복자들의 경우 유럽 국가의 영토에서 어린아이들을 납치하여 노예로 거래하거나 자신들이 정복한 유럽 영토 내에서 아동징병제를 실시하여 군역도는 각종 구역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이를 " 블러드택스" ( Blood Tax ) 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징병된 사람들 중 일부는 성인이 되어 전쟁에서의 전공을 세워 노예신분에서 벗어나는 이들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19세기부터는 백인 노예의 성격이 크게 변화하게 됩니다.
그 전까지는 전쟁을 통해 서로 노동력을 뺏고 빼앗기는 과정에서 노예가 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백인 노예를 부리는 목적이 주로 노동에 집중되어 있었죠. 혹은 병력으로 사용되거나요..
하지만 이 시기부터는 주로 성적인 목적으로 거래되는 백인 노예가 많아졌습니다.
유럽 내에서는 첩문화가 그전에 비해서 대중적으로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노인들의 첩으로 팔려가는 여성 백인 노예들이 많았죠. 또한 북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백인노의 거래가 상당히 활발해졌는데 이때부터 북아프리카에서 의미하는 백인 노예는 단순히 피부색이나 출신지역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기독교 문화권의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국적인 외모와 피부색 그리고 다른 문화권의 배경을 갖고 있는 이들은 북아프리카에서 호기심의 대상이었고 권력자들도 많이 탐내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터키의 하렘으로 팔려가거나 북아프리카 지역에 포주들에게 팔려가는 경우가 많았죠.
20세기의 백인노예 역시도 성적인 목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상이 시기에는 백인이 노예가 되었다고 하면 그것이 곧 성노예라는 뜻이었죠. 하지만 본격적인 산업화를 겪은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서 그 형태가 19세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나 권력자 등 개인이 첩이나 성노예로 두기보다는 임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의 동원되는 백인 노예들이 많아졌죠.
그들이 노예가 되는 루트도 예전처럼 전쟁 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아주 다양해졌습니다. 주로 경제적 사정에 의해 팔려오거나 잠시 성매매에 종사하고자 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이 시기에는 시카고 지역에 위치한 거대한 규모의 사창가 포주들에게 팔려가서 강제로 성매매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시 시카고 지역은 합법적으로 매춘업이 허용되던 곳이었기 때문에 국적을 불문한 백인 노예들의 온상이었죠.
물론 자발적으로 성매매의 종사하고자 하는 미국 여성들도 있었겠지만 비용을 고려해 봤을 때 포주들에게는 유럽의 백인 노예들을 쓰는 것이 훨씬 매력적인 선택이었을 겁니다.
당시 포주들은 유럽에서 백인 노예들을 사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시킬 목적으로 미국 내에서 여성을 납치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아이스크림 가게 점원을 구한다고 거짓말하고 납치하는 경우가 흔했다고 하죠.
이때 백인노예 거래의 형태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이루어졌던 사창가 인신매매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백인노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이 시기에 여성 백인 노예들을 알고 계실 가능성이 크죠.
시카고를 중심으로 해서 미국 내 매춘업의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문제점들 역시 계속해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 미국 내의 여성 납치 문제였습니다. 외국인 여성을 노예로 사와서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것은 지금까지 큰 문제 삼지 않다가 자국민들이 같은 취급을 받는 일들이 일어나자 사회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미국 정부는 이에 사창가를 관리 감독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기에 이르죠.
위원들이 사창가를 방문해서 성매매 여성들을 면담하고 자발적인 본인의 의지로 성매매 종사하고 있는지 묻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도 유럽에서 팔려온 백인 노예들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애초에 미국인이 아닌 백인 노예들은 이러한 면담에서도 제외된 것이죠.
이러한 대규모 사창가가 미국의 다른 지역 그리고 영국 및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도 확산되기 시작하자 각국 정부가 규제를 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유럽내의 많은 백인 노예들이 영미권으로 팔려가서 강제로 성매매의 종사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죠.
자국 내에 매춘업에만 규제를 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국제적인 협의를 시작한 겁니다.
1904년 파리에서 유럽대륙 내에서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협약이 이루어집니다.
이를 시작으로 해서 1910년에는 미의회에서 성매매뿐만 아니라 백인노예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하죠..
영국 하원에서는 1910년과 1913년에 연달아 주로 남아메리카로 팔려가는 백인도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경우에는 자국으로 들어오는 백인 노예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로 팔려가는 자국민들도 많았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죠.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로 인해 인류역사상 백인노에 존재는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노예가 아니었던 사람들과 같은 외모를 하고 있어서인지 근대에 들어오며 빠르게 그들의 권리를 찾아주게 되었죠.
하지만 이는 오로지 백인 노예의 국한된 것이지 그 외 인종에 대한 노예제도 자체는 이때까지도 폐지되지 않았죠.
백인들이 다른 인종을 노예로 부린 역사는 이 이후로도 한참 동안 지속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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